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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바로 읽기 - 광문자전(廣文者傳)
  • 이왕조 기자
  • 등록 2022-02-07 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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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신문=이왕조 기자]

조선후기의 실학파 문인 연암 박지원의 한문으로 된 단편 소설 작품이다. 그의 문집인 ≪연암집 燕巖集≫권8 별집(別集) <방경각외전>에 실려 있다. 창작 시기는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1754년(영조 30)경 그의 나이 18세 무렵으로 보고 있다.

 

조선 후기, 종루(鍾樓)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일화(逸話)를 삽화 형식으로 전개하여 주인공 광문(廣文)의 개성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하고 있는 작품이다. 또 이 작품은 못생긴 거지인 광문(廣文)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새로운 시대의 인간형 제시했고, 광문(廣文)이 비록 거지이지만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는 것으로 그려 인격을 인간의 평가 기준으로 삼았고, 남성과 여성의 사랑에 대한 관점이 동일하다는 점을 밝힘으로 남녀평등의 가치관을 지닌 근대적 성격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문자전>은 실제로 존재했던 ‘광문’ 또는 ‘달문’이라는 실재 인물에 대한 일화(逸話)가 구전(口傳) 과정을 거쳐 여러 유형을 낳았던 것이며, 시정(市井)에 떠돌던 광문 설화는 연암(燕巖)의 문장력에 의해 한 편의 훌륭한 문학 작품으로 형성된 것이다. 비천한 거지인 광문의 순진성과 거짓 없는 인격을 그려 양반이나 서민이나 인간은 똑같다는 것을 강조하고 권모술수가 판을 치던 당시의 양반사회를 은근히 풍자한 작품이다.

 

작품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광문(廣文)은 종로 네거리를 다니며 구걸하는 걸인이었다. 어느 날 많은 걸인들이 그를 두목으로 추대하여 소굴을 지키게 하였다. 그런데 어느 겨울밤 걸인 하나가 병이 들게 되자, 이를 광문이 죽인 것으로 의심하여 쫓아낸다. 그는 마을에 들어가 숨으려 하지만 주인에게 발각되어 도둑으로 몰렸지만 풀려난다. 그는 주인에게 거적 하나를 얻어 수표교에다 다른 걸인들이 버린 걸인의 시체를 거적으로 잘 싸서 서문 밖에 장사를 지내 준다. 그런데 그를 숨어서 지켜보던 주인이 광문의 덕행을 지켜보고, 이를 가상히 여겨 그를 약방에 추천하여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

 전에 숨으러 들어갔던 집주인이 계속 그를 미행하고 있었다. 그는 광문으로부터 그동안의 내력을 듣고는 가상히 여겨 광문을 어떤 약방에 추천하여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 어느날 약방에서 돈이 없어져 광문이 또 다시 의심받게 된다. 며칠 뒤에 약방 주인의 처 이질이 가져간 사실이 드러나 광문의 무고함이 밝혀진다.

 주인은 광문이 의심을 받고도 별로 변명함이 없음을 가상히 여겨 크게 사과한다. 그리고 자기 친구들에게 널리 광문의 사람됨을 퍼뜨려 장안사람 모두가 광문과 그 주인을 칭송하게 된다.

 광문은 남의 보증서기를 좋아하였다. 그가 보증하면 전당하는 물건이 없어도 많은 돈을 빌 수 있게 된다. 광문은 얼굴이 추하고 말은 남을 잘 감동시키지 못하였다. 

 길을 가다 남이 싸움하는 것을 보고 그도 웃옷을 벗고 덤벼들어 벙어리 흉내를 내면서 땅에 금을 그어 시비를 가리는 것같이 하면, 싸우던 사람도 그만 웃고 헤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광문은 마흔이 되어서도 머리를 땋고 있었다. 사람들이 장가들기를 권하면 아름다운 얼굴을 좋아하는 것은 여자들도 마찬가지이므로 얼굴이 추해서 장가들 수 없다고 말하였다. 집을 지으라 권하면 부모처자도 없는데 집은 지어 무엇하느냐고 하였다.

 장안의 명기들도 광문이 기리지 않으면 값이 없었다. 전일 장안의 명기 운심(雲心)이가 우림아(羽林兒)·별감·부마도위(駙馬都尉)의 겸인들이 모여 술상을 벌인 자리에서 가무(歌舞)하라는 영을 듣지 않다가, 광문이 자리에 들어와 우스운 짓을 하며 콧노래를 부르자 운심이도 따라 칼춤을 추게 되었다. 이를 보고 모인 사람들이 모두 즐기며 광문과 벗을 맺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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