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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H새마을금고, “못된 것만 배웠나?”...이상한 이사장 선거
  • 편집국 편집장
  • 등록 2022-03-02 13:00:45
  • 수정 2022-04-05 12: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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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신문=편집국 편집장]


 ‘신(神)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에 ‘신(神)’은 없고, 가지도 많지 않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새마을금고 이야기이다. ‘서민들을 위한 금융기관’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새마을금고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터지고 있다. 불법 대출, 특혜 대출, 갑질 사건, 보복성 인사, 노조 탄압, 금품 살포, 차명계좌 관리, 법인카드 사적 유용, 여직원 성희롱 등 모럴해저드라 불릴 만큼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새마을금고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과 비난이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감독·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이사장을 소수 임원들만이 모여 밀실에서 ‘그들만의 선거’로 뽑는 등 비민주적으로 치르고 있는 곳도 많다. 견제 세력이 없으니 당연히 새마을금고가 이사장의 사금고화되는 폐단이 속출하면서 내분과 물의를 빚고 있는 곳이 많아졌다. 

 

새마을금고는 어떤 곳이었나?

 

 예전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돈 가방을 메고 시장과 주택 골목을 누비며 다녔었다. 잔돈조차 수납업무를 하기도 했기에 동전 바구니도 들고 다녔었다.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상인들을 위해 그들의 하루 매상 입출금 업무는 물론 제세공과금을 현장에서 수납해 주기도 하였고, 동전 교환 같은 잡다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곳이 새마을금고였다. 주 고객인 서민들을 위해, 말 그대로 ‘머슴’ 노릇을 하던 곳이었다. 

 

 점포조차 대로에서는 잘 볼 수 없었다. 고객을 찾아다니며 수납업무를 하던 탓에 굳이 임대료가 비싼 곳에 점포를 개설할 이유가 없었다. 태생적으로 새마을금고는 조합원과 상생의 관계를 맺고 출범한 비영리협동조합이다. 즉, 금고의 이익이 조합원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기관이다.

 

 흡사 LH가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공공주택 정책을 수행하다 적자에 허덕이는 일이나, 한국전력이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국민에게 공급하다 부채가 늘어나는 것처럼 새마을금고도 주 고객인 서민들을 위해 대출이자는 적게 받고, 예금 이자는 더 주는 은행 대비 손해형 구조를 통해 오직 지역 서민과 사회를 위해 존재하여 그들에게 사랑받으며 성장한 금융기관이다. 

 

 그런 맥락에서 새마을금고 업무를 총괄하는 이사장은 2004년까지 무보수로 근무하였고, 임직원들은 점포 임대료 및 운영비를 절감하고 고객 기념품비조차 아껴서, 그 남은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돌려주고자 노력하던 곳이 초창기 새마을금고였다.

 

치명적 매력의 새마을금고 이사장 자리...선거 혼탁 초래

 

초창기 임직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그 후 새마을금고는 외형상 급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2021년 3월자 e-나라지표(행정안전부 담당)에 따르면 현재 새마을금고는 점포 1300개, 거래자수 2천89만명, 자산 209조 1199억원에 이르는 등 농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한 새마을금고의 이사장 선거에 관심이 지대해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2005년 새마을금고법 개정으로 이사장도 연봉을 수령할 수 있게 되어, 억대까지 오른 연봉과 이사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는 물론이거니와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해 1금융권 은행 지점장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지역에서 유지급 명예도 따른다는 점에서 새마을금고 이사장직은 상당히 매력적인 직책이 되었다.

 

논란이 많은 구미 H새마을 금고 이사장 연봉은 2018년 임기 첫해 8700만원에서 2022년에는 1억8천만원에 판공비 5천6백만원 등 총 2억3천6백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져, 1금융권 임원 못지않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사장 선거에 각종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충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선거 규정을 급하게 개정한 사례도 있었다. 경쟁 후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기총회를 강행하려다 결국 연기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경쟁 후보에 대한 출마 자체를 막거나 제한하는 바람에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현직 이사장이 연임을 위해 출마하는 경우, 선거로 인한 논란은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당선을 위해 선거와 관련된 정관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행위, 경쟁자의 출마 방해를 위한 일련의 행위, 일부 직원들의 선거 개입 등 선거로 인한 내분을 겪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데자뷔 같은 구미 H새마을금고의 이사장 선거 

 

지난 2월 18일 이사장 선거를 치른 구미 H새마을금고의 사정은 앞서 언급한 혼탁 선거로 얼룩진 타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H새마을금고는 현 이사장이 단독 등록하여 무투표 당선되었으며, 이사 후보도 6명(이사정수)이 등록되어 무투표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선거 전 임원 중 절반에 가까운 분들이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H새마을금고와 이사장을 상대로 '선거효력정지 및 정관효력정리 가처분신청'을 접수하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선거와 관련된 정관을 현 이사장이 본인에게 유리하게 이용하였다는 점과 그 후 선거공고일을 늦추어 임원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행위와 일부 직원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점이다.

 

H새마을금고는 정관에는 임원 결격 사유를 '임원선거 공고일 현재 금고의 회원으로서 금고에 100좌(100만원) 이상의 납입출자금을 2년 이상 계속 보유하고 있지 아니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납입출자금 1좌금액을 1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 조정(100만원에서 500만원)하는 안건을 2020년 1월 24일자로 정관 변경하여 시행했다.

 

하지만 H새마을금고 정관 부칙에는 '변경정관 시행일 현재 재임중인 임원은 제39조1항 2호에 따른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본다. 정관시행일부터 2년 이내에 선거일이 공고된 경우에는 공고일 전날(2022년 1월 27일)까지 미달하는 출자금을 납입하면 출자좌수를 보유한 것으로 임원입후보 자격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논란이 있는 이런 임원피선거권에 대하여 금고측에서는 한번도 임원피선거권 자격에 대해서 공고한 적이 없다는 것이며, 금고측 임원들은 ‘실무책임자인 전무는 재임중인 임원님들은 출자금액 부족분을 천천히 납입하시면 된다고 여러 차례 이사회 등 회의 자리에서 허위로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H새마을금고 현 이사장은 하필이면 정관 시행일인 2020년 1월24일부터 2년 5일이 경과한 2022년 1월 27일에야 이사회를 소집하였고, 다음날인 1월 28일에 선거공고를 함으로써 일명 반대파 임원들의 임원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특히 이사회 때마다 현 이사장과 대립된 의견이 많았던 임원들 모두 피선거권이 박탈되었다.

 

이것은 누가 봐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임원들을 우롱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현 이사장 측은 정관 변경과 선거 공지에 대한 고지를 차일피일 미루었고, 심지어 전무는 임원출마 예정자들에게 납입출자금을 천천히 납부해도 된다는 안내까지 하는 등 직원들의 선거 개입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또 다른 이슈는 임원 정수를 줄이는 정관변경 건이다. 피선거권이 박탈된 임원 측은 “금고 측이 임원 정수를 ‘이사장·부이사장 포함 7명 이상~13명 이하를 7명 이상~8명 이하로 둔다’로 임의적으로 변경했다.”며 “그 이유는 일명 ‘반대파’적 의견을 자주 개진하는 5명의 피선거권을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하며 “사건 이사회 의결을 하지 않은 사안임에도 날치기로 정관변경을 강행하는 독단적 전횡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법 제17조 3항5호에 따르면 총회에 부칠 사항은 반드시 이사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동법 제15조 2항, 제13조 3항은 총회에서는 사전에 공고한 사항에 대해서만 의결할 수 있도록 명시해 두어 총회에서 회원들의 즉흥적인 발의에 의한 안건 상정이나 잘못된 사안을 총회를 빙자한 의결을 하는 것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견제 방안 확립으로 새로운 새마을금고로 거듭나야

 

새마을금고는 이제 국민들 5분의 2가 이용하는 금융기관으로 우뚝 성장했지만, 이사장 선거만큼은 후진성을 유지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를 위탁하고 있는 단위 농협과는 달리 이사회에서 소수의 임원들만을 대상으로 밀실에서 ‘체육관식’으로 선거를 하는 곳이 아직 많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로 인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소불위에 가까운 이사장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들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선거 과정도 일부 임원을 통한 간접선거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직접 선거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또 부실한 감시체계 전반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개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부 이사장들이 일으킨 여러 문제들로 인해 생겨난 고객들의 불신을 치유하여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신(神)의 직장’이 아니라, ‘고객들의 금고’로 거듭나야 한다. 이사장의 권한은 조합원들로부터 잠시 빌린 것일 뿐이다. 그 빌린 것의 이자를 갚는 길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이사장의 모습을 조합원들은 보고 싶어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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