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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김현감호(金現感虎)
  • 이왕조 기자
  • 등록 2022-04-12 12: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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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신문=이왕조 기자]

사원(寺院) 연기(緣起) 설화란 절을 짓게 된 유래나 부처ㆍ고승의 염력을 다룬 이야기를 말한다. 김현감호(金現感虎)는 호원사(虎願寺)라는 절의 건립 내력을 밝힌 작품이다. 김현감호(金現感虎)란 주인공 김현(金現)이 호랑이를 감동시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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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희생을 통한 고귀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우연성에 의지하는 다른 고전들과는 달리 비교적 인과 관계에 의한 사건 구성으로 서사 문학의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동물 변신 모티프를 통해 현실에서 좌절된 꿈을 실현시켜 보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고, 변신이라는 초월적 능력을 빌려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당대 민중들의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 또 호랑이의 변신을 통해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의 절개와 희생을 그림으로써, 인간의 반성을 촉구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탑돌이를 통해 맺어진 인연, 윤회 사상, 절의 건립 등 불교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 있으며, 동물도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애니미즘(animism)이 불교와 결합되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등장인물인 호랑이는 인간으로 변신(變身)한 여인으로, 스스로 목숨을 던져서 세 오빠를 살리고 나라의 혼란을 없애며 낭군(김현)을 출세시킨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를 지닌 희생적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김현(金現)은 호랑이 처녀와의 인연으로 출세하여 호원사를 건립한 인물이다. 하늘이 정한 인연을 중시하며, 은혜를 갚는 인물이다. 은혜를 잊지 않는 각골난망(刻骨難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라 원성왕 때 흥륜사(興輪寺)에서 열린 어느 복회(福會) 때였다. 이 복회는 매년 2월이 되면 8일부터 15일까지 연 8일 동안 남녀가 모여 전탑(殿塔)을 돌며 복을 비는 자리였다. 이날 김현은 복회에 참석했다가 염불을 하며 따라 도는 한 처녀를 만났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어 정을 통한 뒤 처녀의 집으로 갔다.

 

그 처녀 집 주인 노파는 김현을 보더니, 처녀의 오빠들인 삼호(三虎)가 해칠 것을 염려하여 김현을 숨겨 두라고 하였다. 얼마 지나 호랑이 세 마리가 나타나 사람 냄새를 맡고 김현을 찾았다.

 

이때, 하늘에서 삼호(三虎)가 사람의 생명을 많이 해치므로 한 마리를 죽여 징계하겠다고 경고하였다. 이 말을 들은 삼호가 매우 근심하자 처녀는 자기가 대신 하늘의 벌을 받겠다고 하니 삼호는 즐거워하며 모두 달아나 버렸다.

 

그 뒤 처녀는 김현에게 말하기를 “나는 비록 그대와 유(類)가 다르지만 이미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이제 내가 집안의 재앙을 막기 위하여 대신 죽고자 하는데,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 것보다는 그대의 칼에 죽어 은덕에 보답하고자 한다. 내일 내가 시장에 들어가 해를 끼치면, 대왕은 반드시 아주 많고 후한 녹봉을 걸고 사람을 뽑아 나를 잡으려 할 것이니, 이때 낭군이 겁내지 말고 나를 쫓아오면 내가 그대에게 잡히겠다.”고 하였다.

 

김현은 거절하였으나 처녀는 자기의 죽음은 천명으로 자기의 소원이며, 또한 낭군의 경사이며 아울러 자기 집안의 복이요 나라의 기쁨이니, 이는 하나의 죽음으로 여러 가지 이익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죽은 뒤에 절을 세우고 불경을 읽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다음날 호랑이를 잡는 데 성공한 김현은 그 뒤 벼슬에 올랐고, 호랑이를 애도하기 위하여 절을 지어 호원사(虎願寺)라 이름하고, 항상 범망경(梵網經)을 읽어 호랑이의 저승길을 빌어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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