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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 편집국 편집장
  • 등록 2022-08-05 14:05:42
  • 수정 2022-08-06 17: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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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심 없는 결기와 주춧돌 세력의 복원」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사심 없는 결기와 주춧돌 세력의 복원」


박철언 (전 정무장관, 대통령정책보좌관) 



박철언(전 정무장관, 대통령정책보좌관)

 

2016년 12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탄핵소추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 속에서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은 것이다. 그런데 그를 맞은 것은 상인들의 싸늘한 눈초리였다. 정치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대구를 찾았는데 그전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로 바로 이어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의 지지를 먹고 살아야 하는 정치인에게 강력한 지지텃밭 즉 정치적 고향은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한마디로 정치자산의 주춧돌이 다름 아닌 강력한 지지층인 것이다. 주춧돌이 허약한 정치인에게 일시적 인기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벌떼 같이 주변을 맴돌던 사람들도 위기를 맞으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는 것이 세상이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주 허약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대통령에 오른 매우 특이한 경우다. 299명 국회의원 중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은 115명에 불과하다. 전 정권 5년 동안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진 언론환경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세력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 것이 사실이다.  

 

출범 100일도 되지 않아 적색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집권여당은 비대위 체제로 가야할 만큼 난기류에 휩싸였다. 대통령 지지율은 30%미만으로 떨어졌다. 일시 숨을 죽이는 듯했던 거대 야당과 언론매체들은 앞 다투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집권세력은 거의 혼비백산 상태다. 허둥대기만 할 뿐,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막고 고쳐나가야 할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에도 위기는 있어왔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위기를 극복해왔다. 때로는 힘으로 밀어붙이기도 또 때로는 적당히 정치적 타협이나 사실상 양보를 함으로써 그 위기를 돌파해 온 것이 우리의 현대사다. 문제는 정치력이다. 결국 어떤 위기이든 정치적 갈등의 결과고 정치의 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정치는 다원 고차방정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치는 본질적으로 ‘더하기와 빼기’라는 간단한 산수에서 시작한다. 강력한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깔고 그를 바탕으로 때로는 변덕스럽고 또 쉽게 마음을 바꾸는 관망 세력(흔히 스윙보터)을 끌어안는 것이 정치의 요체다. 주춧돌이 흔들리는데 기둥이나 서까래가 온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 토막 나고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된 이유도 간단하다. 대선 당시 윤 후보를 지지했던 세력들이 지지를 유보하거나 철회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지지를 유보·철회하고 있을까. 모두가 좀 더 솔직해져 보자. 지난 대선은 가장 심각한 ‘비호감 대선’이었다, 정권교체를 갈구했던 세력들은 ‘문재명 정권’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투표장에 들어섰던 것이다. 

 

그런데 주춧돌 세력들은 그동안 윤 대통령의 언어, 태도, 행보에서 크게 실망하고 있다. 전 정권 5년 동안 훼손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한 실천적 노력도, 대형 부패·비리에 대한 신속한 법치(法治)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정의로운 윤석열’ 기대는 사라지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볼멘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에는 왕도가 없다. 근본에 충실해야 한다. 자기의 근거지가 부실한데 천하를 경략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주춧돌이 튼실하면 그 나머지의 문제들은 부차적인 전술전략에 불과하다. 지금 대증요법으로 거론되는 인적쇄신, 특별감찰관 임명 등의 것들도 기본이 바로 서야 약발이 있다. 사심없는 결기(決起)의 새로운 마음가짐 그리고 주춧돌 세력 복원에 충실할지 말지는 오롯이 윤석열 대통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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