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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주 기자의 인터뷰] 책수집가 이종태씨의 멋진 시니어 라이프
  • 권현주 기자
  • 등록 2023-04-04 09:09:57
  • 수정 2023-04-04 0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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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생활로 책수집을 하는 책 덕후, 공인중개사 이종태 씨
  • 젊은 시절 고시공부로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지 못한 '한풀이'로 시작
  • 인문학 도서보다 자기계발서 위주의 현대인의 독서방법이 아쉽다고

[교육문화신문=권현주 기자]

'덕후'란 특정 분야에 깊이 몰두해, 전문가급의 흥미와 열정을 가진 사람을 이른다.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와 관심이 있는 대상을 발견해, 그 분야에서 마니아 이상의 정보와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른 말인 '덕후'는 과거에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덕후'들의 관심 대상이 세상 트렌드가 될 정도로 각종 콘텐츠 시장을 떠받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특이한 관심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덕후'를 만나 보았다. 이번에 소개할 '덕후'는 '책 덕후'이다. 


공인중개사 이종태(60) 씨는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본업과 다소 어울리지 않게, 다양한 분야의 중고책을 수집해서 읽는 일에 푹 빠져 있는 '멋있는 시니어 책 덕후'라 할 수 있다. 본 기자는 그의 특별한 책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책 수집이 취미인 이종태 공인중개사 

경북 경산 사동에서 중개업을 하면서 그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이종태 씨. 그는 자신의 나이 60세에서 80세까지 최대한 많은 책을 읽기로 결심하였고 지금 열심히 실천 중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가 이렇게까지 책에 몰입하게 된 것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


젊은 시절 그는 사법고시 준비를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고시공부에만 몰입하다 보니 진정 마음의 양식이 되는 고전, 철학, 인문학 서적을 마음껏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나이 60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더 늦기 전에 '책에 대한 한풀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단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 사무실에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지 본인이 읽기 위해 책을 수집했다. 그런데 지금은 책을 수집하는 재미에 빠져 주변 사람들로부터 '책 중독'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책을 많이 모으게 되었다고 한다. 사무실은 물론 집과 그가 농사짓는 시골집에도 책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그가 사무실에 중고책을 들이기 시작한 첫 계기는 사무실 근처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아저씨, 아저씨" 하며 중개사무소로 놀러 오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먼저 중고로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그때 이용한 지역기반 중고마켓에서만 책을 구입하고 있다.


좋은 책을 검색하고 받으러 다니느라 바쁘기도 하지만 이런 삶이 무척 재밌다고 했다. 책을 수집하고 읽으면서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나이 들어 특별한 취미가 없으면, 술을 마시거나 골프 치거나 하는 것이 또래 남자들의 취미이다. 그런데 본인은 참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통해 지나간 삶을 정리하고, 호기심을 충족하는 자신의 모습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다. "심심하거나 외로울 틈 없이 내적인 충만감에 빠져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책 수집가'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종태 씨를 보면 이 시대의 '멋진 시니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인문학서적보다 자기계발서나 재테크책을 더 선호하는 현상에 아쉬어하며, 철학과 인문학 도서를 먼저 접할 것을 강조했다. 


독서하는 60대 책 수집가, 이종태 씨의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철학, 그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백세시대인 요즘 60이후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하느냐는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다른 어떤 취미보다 독서를 인생 후반에 취미로 작정하고 선택한 그를 보면서 책이 주는 풍요로움은 물질과 다른 외적인 만족감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다.철학과 인문고전을 즐겨읽는 그의 묵직한 독서법은 책에 대한 진지함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삶의 깊이와 연륜이 돋보이는 '시니어라이프'를 만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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