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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바로 읽기 - 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
  • 이왕조 기자
  • 등록 2022-02-03 08: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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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신문=이왕조 기자]


작가 창작 연대 미상의 조선시대 몽자류 계열의 한문 소설이다. 제목인 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은 강화도에서 꿈속에서 노닌 이야기란 뜻이다. 

 

작품 속 배경이 병자호란(丙子胡亂) 시기이므로, 창작 시기는 병자호란(丙子胡亂) 이후로 추정(推定)할 수 있다. '강도(江都)'는 임시 왕도(王都)로 정해졌을 당시 강화도의 호칭이다. 당시 강화도는 소현세자를 비롯한 왕족들이 피난을 갔던 곳이기도 하다.

 

병자호란 당시 강도(江都)가 청(淸)의 군병(軍兵)에 의해 함락됨으로써 죽게 된 많은 여인의 원령(怨靈)이 주인공인 선사(禪師)의 꿈속에 나타나, 조정 대신과 강화 수비를 맡았던 관리들을 비난하는 것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적멸사(寂滅寺)의 청허선사(淸虛禪師)가 강도(江都)에서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연미정(燕尾亭) 기슭에 움막을 짓고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꿈에서 병자호란 당시 강도에서 죽은 열다섯 여인의 혼령이 한곳에 모여 울분을 토로하는 광경을 엿보게 된다. 그 부인들이 신하의 몸으로 나랏일을 그르친 부모·남편·자식·시부모들의 처사를 비난하고 고발하는 내용들이다. 부인들의 이야기가 다 끝나자, 그들이 한꺼번에 대성통곡(大聲痛哭)을 하는데, 선사는 부인들에게 들킬까 봐 몰래 빠져나오다가 놀라 잠을 깬다는 내용이다.

 

『강도몽유록』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전쟁 중에 허무하게 죽어간 것을 한탄하는 여인들, 그리고 전쟁에 임하여 관료로서의 책무와 인간적인 본분을 다하지 못한 남편·자식·시아버지의 행위를 비난하는 여인들, 그리고 시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척화(斥和)를 주장한 공로로 자신들이 하늘 세계에서 선녀로 있게 된 것을 자부하는 여인들이다.

 

이 작품은 당시 인조반정의 공신세력에 대한 비공신 세력의 반발이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推定)할 수 있다. 당시 비난받은 공신 세력의 과오(過誤)는 인사(人事)의 문제, 군사력의 사유(私有)화, 경제적 침탈 행위, 그리고 병자호란 때에 화의론(和議論)을 내세움으로써 임금이 무릎 꿇고 항서를 올리는 치욕을 겪게 한 것 등을 빗댄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공신들의 허물을 공격하면서, 공신세력의 부인 혹은 며느리를 통해 비난하도록 구성한 수법은 특이한 것이다. 이 작품에는 척화의 대의와 여인의 정절을 높이 평가하는 관점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병자호란(丙子胡亂)은 역사에 보기 드문 치욕적(恥辱的)인 병란(兵亂)이었다. 관리들의 불성실함과 무능을 자결한 여성들의 입을 통해 고발(告發)하고 규탄(糾彈)하고자 한 것이 본 작품의 창작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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